AI와 인간이 소설을 읽을 때의 차이에 대해 언급한다.
비참한 결혼 생활에서 겪는 일에 대해 인간적 연민이 생기지는 않는다. (...)
당신은 줄거리를 알고 싶은가, 아니면 인간의 분투를 경험하고 싶은가?
문학 텍스트를 읽음으로써 "우리는 타인이 현실을 어떻게 보고 경험하며 받아들이는지 파악하게 해주는 상상적 공감 능력을 기르게 된다"
요즘 유튜브에는 드라마를 1시간 분량으로 축소해서 전체 내용을 파악할 수 있게 하는 영상이 인기다. 사람들은 갈수록 긴 호흡을 끄는 시간을 못 견디는 거다.
소설을 읽으면 읽을수록 공감 능력이 향상되는 걸 느낀다. 주인공의 생각을 내 생각인 양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그 사람의 삶을 대신 살아간다. 여러 사람들의 삶을 대신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타인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지고 다른 사람의 감정과 상황에 공감하는 능력도 생기는 것 같다.
영화도 같은 기분을 느낄수도 있지만 주인공의 생각이 내 생각이라고 이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보고 있는 화면은 영화를 만든 사람의 시선과 타이밍으로 끊어가고 전환된다. 내 생각의 개입도 줄어든다.
반면 텍스트로 읽어나가는 소설은 독백을 읽으면서 그 사람의 삶을 대신 살아가는 듯한 경험을 주고 내 경험과 생각을 하면서 잠시 읽는 것을 중단할 수 있다. 그렇게 오랫동안 밀고 나가면서 이야기 전체를 마친 것과 2시간 만에 누군가가 편집해 놓은 화면을 보는 것과는 남아있는 기억이 다르다.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사람들이 의사 결정을 내릴 때 자기 발견적 원리를 사용한다는 자신의 통찰을 '시스템1(빠르게 생각하기)'이라는 개념으로 발전시켰다. (...) 반면 '시스템 2(느리게 생각하기)'는 보다 신중하게 노력을 기울이는 태도인데, 자연히 시간도 더 걸린다.
예전에 '생각에 관한 생각'이라는 책을 보면서 나를 돌이켜본 적이 있다. 웬만한건 시스템 1로 판단해 왔었다. 깊이 생각하기 귀찮고 판단이 느려지니 무의식으로 직관만 이용해서 판단을 빨리 해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AI를 통해 답변을 바로바로 받는 건 시스템 1이고, 내가 스스로 깊이 생각해보고 판단하는 것이 시스템 2일 것이다. 시스템 1만 작동시키면 시간은 절약할 수 있겠지만 인간은 점점 AI의 자동화에 의존하여 수습을 스스로 못하게 되는 지경에 이를 것이다.
여기까지가 이 책의 서론의 일부이다. AI를 피할 수 없다면 AI를 활용하되 인간이 검증하고 판단해야 하는 능력을 갖춰야 할 것이다. 앞으로 나오게 될 구체적인 내용이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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